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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 콘텐츠 내 AI 확산이 마냥 기쁘지 않은 이유

[굿모닝경제=김정은 크리온(주) 대표] 바둑 천재 이세돌을 꺽은 ‘알파고’. 전 세계에서 지켜본 세기의 대결이었고 전 국민이 기억하는 이름이다. AI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사람 대신 청소하던 로봇 정도의 거리감 있는 이미지를 빠르게 탈피하고 있다. 이미 AI는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시킨 요소들을 빠르게 학습하고 성장시키면서 복잡하고 다각화 된 개체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면서 지금은 전 산업군에서 핵심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AI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던 영역이 있다. 문화는 엄연히 인간의 정성적 영역만이 가치를 발현시킬 수 있고,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의 고유 영역들, 특히 감성과 창의성에 기반을 두는 문화 콘텐츠의 영역은 로봇이 사람을 대체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해왔다.


하지만 불구하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특히 음악 분야가 가장 두드러지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최초 AI 작곡가로 불리는 ‘EvoM’(이봄)은 3분짜리 음악을 10초안에 만들어 낼뿐 아니라 클래식부터 트로트, 가요, EDM까지 현존하는 모든 음악 영역을 자유자재로 섭렵하고 있다.

AI작곡가는 마스터링 작업까지 고려했을 때 어림잡아 하루에 1만 곡을 작곡해 해낼 수 있다고 한다. 또 AI라는 네임 브랜드답게 저작권의 이슈들에서는 작곡 당시에 프로그램으로 배제하고 진행하기에 매우 자유롭다.

실제로 EvoM은 각종 TV 매체에서 유명 작곡가들과 경연을 펼치기도 했다. 2017년 자라섬 국제 페스티벌을 통한 재즈 뮤지션들과의 협연, 2018년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 에 이어 2021년에는 EvoM의 곡으로 가수 데뷔는 물론이고 AI작곡으로 탄생한 <사랑은 24시간>을 유명 트로트 가수 홍진영이 불러 음원차트를 점령하기도 했다.

EvoM의 활동은 AI학습에 대해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고, 장르 언어 세대 등의 외부 요소에 장애받지 않고 무한대로 양산해 낼 수 있다. 이 만능 엔터테이너는 실제 인간이 아니기에 때론 문어다리만큼 기다란 손가락이 20개쯤은 있어야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도 해 아직은 사람이 그 핵심 요소들을 프로그램 해줘야 작곡이 가능하다. 아직은 다행이라고 말하는 현시점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지금부터의 세계’라는 책을 한권 선물 받았다. 이 책과의 만남이 이번 칼럼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 큰 계기이기도 하다. 책의 첫 페이지에는 ‘작가: AI 소설가 비람풍 x 소설감독 김태연’이라고 적혀있다. AI 작가 ‘비람풍’의 장편 소설로 AI 작곡가처럼 김태연 작가가 전체 스토리보드를 잡고 설정한 꼭지들을 AI작가가 딥러닝을 통해 45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적어 내렸다.

책이란 읽는 사람의 관점에서 재해석이 되는 것이기에 내용에 대하여는 평하지 않겠다. 사용된 어구, 문맥들 간 조금은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책의 전반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학습이 고도화된 영향인지 가끔씩은 깜짝 놀랄만한 수준의 문장을 구사하곤 했다.

글을 쓴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조각조각 흐트러져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 주는 문장력 뛰어난 보조 작가 같은 반가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AI 기술의 활용을 통해 쏟아져 나올 다양한 창작물들을 기대해 볼 때 여기서 파생될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무궁무진해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독서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 책에서의 작가의 생각은 무엇인가?’란 물음에서 ‘작가’는 누구를 지칭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AI가 출간한 책에서 우리는 누구의 생각을 따라 이해해야 할까? 인류가 성장해온 과정의 모든 책을 학습한 AI 작가가 언젠가는 인간의 프로그래밍 없이 홀로서기 해 책을 출간해내고 신인작가로서의 등재는 물론이고 노벨문학상 또한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거란 예상을 해본다.

벌써 정보 안내원, 콜센터, 식당보조, 청소 등의 단순 업종의 경우는 AI로 일부 대체 되었거나 대체를 시도하고 있다. AI 기술의 초기 시절부터 이미 예측 되었던 부분이다. 요즘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AI 아이돌, AI 인플루언서, AI 은행원, AI 기상캐스터 등은 로봇이나 AI 챗봇 시스템으로 해당 직업으로 대체하는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사람의 형태를 갖춘 친근한 이미지로 인간의 따뜻함과 섬세함이 전달되어야하는 영역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색해하지만 그에 비해 부정적인 시각이나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우리는 이미 AI가 대체되는 영역에 익숙해지고 있고 AI가수가 AI작곡가의 곡으로 데뷔를 하는 이벤트에 환호하고 팬클럽도 결성하기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더욱 다양해진 선택의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잘 학습되어 생성된 결과물일 뿐 아니라 적은 투자비용으로 진행되기에 상업적 측면에서 실패 확률이 꽤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AI 문화콘텐츠에 의존하게 되고 안전하고 뻔한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콘텐츠를 우리는 공장처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공장생산물을 우리가 더 이상 문화의 다양성이라고 말하고 누군가의 창작물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많은 의문이 생긴다.

‘고장난 론’의 ‘론’이나 ‘나홀로 그대’ 속 ‘홀로’처럼 고도의 딥러닝을 통해 지속적인 튜닝이 된다면 AI가 인간의 감정 영역마저 지배할 수 있게 되어 정체성의 혼란기가 오게 될까 두려운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기술과의 공존을 통해서 나아가되 인류의 고유의 영역은 지속적으로 영위하며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늘 함께 섬세하게 다뤄야할 부분이다.

■ 김정은 대표는 삼성전자, 트레져헌터를 거쳐 글로벌 콘텐츠 스타트업 크리온(주)을 19년도에 창업했으며 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 부산시, SBS 등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하고 있다. 또한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R&D 국가과제개발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출처: http://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