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칼럼] 문화콘텐츠의 심각한 소비양극화 해결책 찾아야

[굿모닝경제=김정은 크리온(주) 대표] 온 가족이 거실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리모컨 하나로 채널을 돌려가며 함께 시청을 하던 저녁 일상. 이제 MZ세대에게는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을 통해서나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유산 같은 장면이 되어버렸다. 이들에겐 오히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모습이 더욱 낯익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9년 기준 인구수 대비 95%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 또한 96%로 세계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눈여겨 봐야할 산업은 단연코 OTT(Over The Top) 시장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비용으로 양질의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다보니 진입 장벽이 낮은 OTT시장은 콘텐츠의 대량생산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1인 미디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까지 합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K-콘텐츠가 상위 10위중 70%에 가깝게 독식하고 있음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세대 간의 소비양극화를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을 주 무대로 공격적이고 포용력 넓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매번 신기록을 세우는 ‘넷플릭스’의 경우 국내 월간 사용자가 1000만을 넘어섰고 20~30대가 주요 고객층을 이루고 있다.


2020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주5일 이상 스마트폰의 사용빈도수는 50대 95.8%, 60대 84.8%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이미 몸과 분리할 수 없는 일상화가 되어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당 연령대의 TV시청빈도수 또한 90%를 넘어선다. 이는 복수의 OTT 플랫폼을 구독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MZ세대와는 달리 중장년층의 콘텐츠 소비의 도구는 여전히 TV시청임을 시사한다.



지난해 하반기 콘텐츠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 ‘DP’, ‘오징어게임’, ‘지옥’은 넷플릭스의 콘텐츠이다. TV 앞에서 아무리 리모컨을 돌려본다고 한들 KBS TV수신료 월 2500원이 억울한 시청자에게 있어서 최소 월 9500원의 회비를 내는 구독이라는 과정의 탈바꿈 없이는 경험할 수 없는 콘텐츠인 것이다. 더욱이 콘텐츠소비의 주요 매개체가 스마트폰이다 보니, 모빌리티 환경에서 구독이 자유롭도록 영상의 길이는 짧아지고, 전개는 빠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콘텐츠를 모두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부족함을 긁어주는 콘텐츠 리뷰 채널들이 유튜브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미 디지털화 된 구독자들은 콘텐츠의 전량을 시청하는 대신 ‘건너띄기’를 하거나 채널 운영자의 해석이 동반된 하이라이트 컷의 형태로 요약된 영상을 시청한다.


콘텐츠는 문화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콘텐츠를 본다는 것은 문화를 경험하고 공감하고 발전시키는 감성의 영역으로 정답은 있을 수가 없다. 시청하는 모두가 각자의 소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대리시청을 통해 접하는 이러한 현상은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에 있어서 생산자의 관점에 의존 하다 보니 편협한 시각에 고립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서브 콘텐츠의 무분별한 생산과 새로운 소비 형태는 세대 간의 콘텐츠 격차의 양극화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세태가 이러하다보니 세계관이 결여되거나 스토리보드 없이 맹목적으로 빠르게 소비하기에 수월한 콘텐츠들로 도배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고, 빈 껍데기 문화 형성에 대한 우려도 든다.


이쯤에서 생산자에 대한 소비의 양극화도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행보에 답이라도 하듯이 배우는 물론이고 지상파 PD, 대형극장 상영작을 제작하던 제작자들이 자금의 흐름에 따라 ‘넷플릭스’와 손잡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철저하게 소비자층을 표적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콘텐츠의 배급의 질도 함께 양극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단연코 극장이다. 실제로 제작이 완성된 수백 편의 영화들이 개봉도 하지 못하거나 수개월이 흐른 뒤에야 간신히 상영을 하는 추세이다. 특히 외국 OTT기업들의 자본력과 비용대비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소규모 제작사들이 만나 이뤄내는 결과물들은 매번 놀라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시간을 별도로 할애해 대형 스크린이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해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시점이다.


또 다른 기현상이 있다. 예전의 문화소비란 국가 간의 경제력 수준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그러나 현재의 문화소비 수준은 IT 인프라 보급과 그 시대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으로 문화콘텐츠를 접하던 문화권들이 급속도로 디지털 콘텐츠의 영향권으로 들어왔으며 이를 증명하듯 OTT 플랫폼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국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콘텐츠의 접근성을 수년씩 앞당겨오는 결과라고 할 수도 있으며 이는 아직 준비 되지 않은 문화권에서 한국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보급률이 앞선 나라가 문화를 선도하는 모습이 도출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생산의 양극화 현상에 따른 다양성 부재와 같은 현상은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갑자기 성장한 수요시장 속에서 공급을 배달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오프라인에 의존하던 기성 콘텐츠 대비 디지털 콘텐츠는 소비 속도가 분명하게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비층은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문화 보급율과 성장속도가 GDP와 비례했던 정통시장과는 매우 상이한 형태의 움직임이다.


K-콘텐츠는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미국, 유럽 문화권 속에서 디지털 콘텐츠와 MZ 세대의 새로운 것을 찾는 갈망에 잘 녹아 들어가 오늘날 전 세계에서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IT 인프라 보급률과 성장속도가 빠르고 젊은 인구층이 높은 동남아 국가의 경우 이미 케이블TV 시장을 건너 띄고 모빌리티 기반의 콘텐츠 소비시대에 빠르게 진입했다.


콘텐츠 생산지의 흐름도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지역으로 소비를 이끄는 주체의 입맛에 맞춰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함은 물론이고 세대교체의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텐츠의 양질화를 통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자생력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김정은 대표는 삼성전자, 트레져헌터를 거쳐 글로벌 콘텐츠 스타트업 크리온(주)을 19년도에 창업했으며 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 부산시, SBS 등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하고 있다. 또한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R&D 국가과제개발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출처 : http://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168192